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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다

2018.10.14 22:51

설악시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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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시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야 산이 좋더라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없어 법률도 없어
 내 발로 뛸수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고래 고래 고함을 치기 위하여 여기에 왔는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듯
 그사이에 내가 서면 하늘처럼 무한대처럼 마구 부풀수 있는 것을
 아! 정말 170cm라는것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을

 설악산 오름길에 다리쉼 하노라면
 내게 한껏 남는 것 머루 다래를
 실컷 먹고 싶은 소박한 욕망뿐

 깨어진 기왓장처럼 흩어진 오세암 전설이 있는 곳에 어둠이 내리고
 종이뭉치로 문구멍을 틀어 막은 움막에는
 뜬 숯이 벌건 탄환케이스를 둘러앉아
 갈가지로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어느 포수의 옛얘기가 익어가는 것을
 아! 정말 이런 밤엔 칡 감자라도 구어먹으면 더욱 좋은 것을...

 백담사 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했다
 그 해골을 주어다 술을 부어 마시자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바이런이 죽어 하나의 해골이 된 것처럼
 철학을 부어 마시자 했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야 산이 좋더라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나는
 좋더라.

 

 

이 설악시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욱 시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시는 진교준이라는 학생이 1958년 서울고등학교 2학년 때 설악산으로 소풍을 간다. 평소에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진교준 학생이 빼어난 계곡과 기이한 봉우리 등 설악의 자태에 그만 모든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일상의 학교생활로 돌아온 문학소년의 머릿속에는 온통 설악의 영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수업 중에도, 책상 앞에서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마치 사랑의 열병을 앓는 연인들 마냥 설악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날 쪽지만 남겨두고 가출을 하고 만다.

 

집에서는 ‘며칠이 지나면 돌아오겠지’ 하며 학교의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소식 한 장 없이 나타나지 않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시끄럽게 되었다. 당시 서울의 전통 있는 명문고에서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으나, 우등생이면서 모범생인 진교준의 장기간 무단결석을 부모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귀가 후에 벌칙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한편, 진교준 학생은 70년대의 열악한 장비(신발, 옷 등)만 가지고 설악의 이곳저곳에서 뱀을 잡는 땅꾼들과 약초 캐는 약초꾼들과 함께 그들의 움막에서 잠을 자고 이야기를 나누며 설악산 비경을 마음껏 돌아다녔다. 백담사, 오세암, 가야동계곡, 천불동계곡, 한계령, 공룡능선, 천화대, 귀면암..... 그리고 설악에 가을이 찾아 왔을 때 그는 거지꼴로 서울로 돌아왔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징벌위원회가 소집되어 그의 평소 품행과 성적, 또 사춘기적 자아형성과정의 가출로 인정하며 1년 유급처리와 반성문, 기타 벌칙이 결정되었다.

얼마 후, 전통 있는 경희백일장대회가 열린다.
이 백일장대회는 고교 백일장대회이면서도 장원수준의 미달 작품이 나왔을 경우에는 결코 장원을 뽑지 않는 전통 있고 수준 높은 백일장이었는데 진교준 학생이 몇 년간 장원이 없던 경희백일장에서 ‘설악시’로 당당히 장원에 뽑힌다. 당시의 심사위원 중의 한 분이 조병하 시인이었다. 학교에서는 1년 유급과 기타 벌칙이 모두 철회되었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였다.

 

 

[출처] 설악시|작성자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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