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칼럼

조회 수 21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해마다 농식품부 등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농축어업 보조사업 안내서와 본초강목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A 씨는 어느 날부터 들판에 널린 풀 한 종을 밭에 심었다. 웬 풀을 키우냐는 주변 사람들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A 씨는 불과 몇 년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주변 농가 네 명에게 명의만 빌어 만든 영농조합으로 낸 사업계획서가 농업보조금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5년간 수십억 원을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A 씨는 군 농업부서 공무원들의 권유에 따라 지자체 단위로 할당되는 유사한 보조사업에도 응모해 보조금의 규모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A씨가 계획해 벌인 사업은 간단하다. 자신은 보조금으로 확보한 자본으로 이른바 건강식품 가공공장을 세워 운영하고 주변 농가들은 A씨가 재배에 성공한? 풀을 재배해 납품하는 거다. 물론 주변 농가들도 지자체가 주는 보조금으로 시설재배에 필요한 설비와 종자를 지원받았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처럼 보였다. 사업 초기엔 정말 큰돈이 벌리는 거 같았다. 보조금으로 만든 종묘 단지에서 나온 풀을 농가에 보급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 풀을 가공해 만든 건강음료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당 군 경제담당 부서에서는 다른 보조금을 할당해 인근 대학 산학 어쩌고 하는 센터를 붙여 마케팅을 도와주고 군정 홍보계에서는 미디어들까지 붙여 홍보해주니 거칠 게 없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건강식품 시장의 유행 사이클은 조변석개로 널뛰는지라 초기 특수는 이내 꺼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양길에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커지는 보조금 규모에 맞추려니 2~30%인 자기부담금 규모도 커졌다. 당초에 영농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은 바지조합원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성과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자부담금을 충당하는 건 가당치 않았다. 온갖 꼼수를 부려 보조금 집행명세를 부풀려 횡령을 하는 범죄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개인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걸 막지는 못했다.

풀을 재배해 납품하는 것보다 종자로 파는 게 더 큰 이문을 남긴다는 걸 눈치챈 일부 농민들이 종자 사업에 뛰어들자 채산성은 더욱 악화했고, 같은 풀로 만든 저가의 유사 상품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자 진퇴양난이 돼버렸다. 늘 크고 작은 보조금 농사로 닳고 닳은 A 씨였지만 이번엔 너무 크게 벌였다. 어둠이 내리면 늘 술에 의존해 살던 A 씨는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A 씨가 쓰러지고 나자 온갖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남은 A 씨 가족에 그치지 않았다. A 씨 영농조합에 풀을 납품했던 주변 농가들은 수년이 지나도록 납품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일부 자부담금이 들어간 시설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지금도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공장은 밤이면 유령의 집처럼 어두운 들판에 서 있다. 이런 시설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널렸다. 퇴비공장을 하겠다고 지은 건물, 도정공장, 온갖 종류의 친환경 어쩌고 하는 농산물 가공공장.

그래도 죽은 자는 다행인지도 모른다. 쪽팔림을 모르니까.

 

 

아니다 살아남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또 다른 보조금 농사에 혈안인 자들이 훨씬 많다는 게 이 나라 농촌 현실이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라는 게 내 돈은 얼마 안 들어갔고 어쨌든 그동안 잘 먹고 살았잖아.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는 중이다. 오늘도 또 다른 A씨가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보조금을 독식하기 위해 룸살롱을 들락이고 지자체장 딸랑이 짓에 목을 맨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어느 보조금 농사꾼의 죽음 file 열림 2018.10.09 21
3 지역화폐가 공동체를 살린다. file 열림 2018.10.08 19
2 정치 지도자란 무엇인가 - 제목 길이 테스트 file munjanet 2018.10.04 11
1 테스트 열림 2018.10.03 4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